점수가 너를 말해주지 않아

점수가 너를 말해주지 않아

딸아

2026년 5월 29일, 시험지를 구겨 넣던 네 가방 앞에서

네 가방 지퍼가 열려 있었어. 안에 구겨진 시험지가 보였어. 아빠가 볼까 봐 깊이 밀어 넣은 거지. 빨간 숫자가 살짝 비쳤는데, 네 얼굴이 먼저 보였어. 밥 먹으면서 고개를 못 드는 네 얼굴.

"아빠, 나 바보인가 봐." 네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어.

아빠 마음이 쿵 내려앉았어. 그 점수가 너를 바보로 만든 게 아니야. 네가 그 점수 때문에 스스로를 바보라고 믿는 것, 아빠는 그게 더 아파.

시험지는 네가 그날 푼 문제를 말해줄 뿐, 네가 어떤 사람인지는 말해주지 않아.

너는 길에서 만난 고양이한테 참치캔을 따주는 아이야. 친구가 울면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주는 아이야. 그 따뜻함은 어떤 시험지에도 점수로 나오지 않아. 하지만 아빠는 알아. 그게 진짜 너라는 걸.

점수는 잊혀. 하지만 너는 남아.

- 딸과 함께 자라는 아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