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비밀은 소중해
딸아
2026년 6월 15일, 네 방에 노크를 하고 들어간 첫날에
오늘 처음으로, 네 방에 들어가기 전에 노크를 했어.
"들어가도 돼?" 하고 물으니, 네가 조금 놀란 얼굴로 "응" 했지.
예전엔 그냥 벌컥 열고 들어가던 문인데, 이제 그러면 안 될 것 같더라.
요즘 너에게 아빠가 모르는 이야기들이 생기는 걸 느껴.
일기장에 자물쇠가 생기고, 전화를 받으러 방으로 들어가고.
솔직히 조금 서운했어. 다 알던 네 세계에, 이제 잠긴 방이 생긴 거니까.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네가 자라고 있다는 뜻이더라.
비밀이 생겼다는 건 지켜야 할 '너 자신'이 생겼다는 거야. 아빠는 그 비밀을 캐내는 사람이 아니라, 지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래서 약속할게.
네 일기장을 몰래 열지 않을게. 네 폰을 뒤지지 않을게.
네 세계를 존중할게.
대신 딱 하나만 부탁이 있어.
혹시 정말 무섭거나 위험한 일이 생기면,
그때는 혼날까 봐 숨기지 말고 아빠에게 와줘. 그건 비밀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거니까.
네가 잠근 문을, 아빠는 부수지 않을게.
다만 그 문 밖에서 늘 기다릴게.
네가 두드리면 언제든 열 수 있게.
— 딸과 함께 자라는 아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