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끝나면
딸아
2026년 6월 9일, 시험 전날 밤 좀처럼 잠 못 드는 네 방 앞에서
불 끄고 누운 지 한참인데, 아직 안 자는구나.
문틈으로 보니 이불 속에서 몸을 뒤척이다, 작게 한숨을 쉬더라.
내일 시험이 걱정돼 그런 거겠지. 살며시 문을 닫았어. 그런 마음은 네게 처음이었을 테니까.
시험이라는 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널 눌러야 하나 싶다가도,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게 응원뿐이라 미안하기도 해.
그래서 오늘은 점수 얘기 말고, 시험이 끝나면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볼게.
시험이 끝나면 — 늦잠 한 번 실컷 자자. 네가 좋아하는 떡볶이 먹으러 가자. 보고 싶다던 그 영화도 같이 보자.
그리고 이건 진심인데,
시험이 끝나면 점수가 몇 점이든 아빠는 안 물어볼게.
네가 먼저 말하고 싶으면 그때 듣고, 아니면 그냥 넘어가자.
이번 시험은 네 인생의 아주 작은 한 조각이야.
잘 봐도 못 봐도, 그건 6월의 어느 며칠일 뿐이고,
너라는 사람은 그 며칠보다 훨씬 크고 길어.
그러니 이제 걱정은 아빠한테 맡기고 푹 자.
내일 아침,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계란말이 해줄게.
시험은 며칠이면 끝나. 그리고 우린 그 뒤로도 쭉 함께야.
- 딸과 함께 자라는 아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