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아빠에게 : 말 없던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사랑법

아빠의 아빠에게 배운 것

우리 딸에게

2026년 5월 15일, 할아버지 사진을 꺼내 보던 날

할아버지가 아빠한테 자주 하시던 말이 있었어. "밥은 먹었냐." 그게 전부였어. 사랑한다, 보고 싶다, 그런 말은 한 번도 안 하셨어.

솔직히 서운했어. 왜 따뜻한 말 한마디를 못 하실까. 왜 늘 뚱한 얼굴로 신문만 보실까. 아빠는 그게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네가 태어난 날, 할아버지가 병원에 오셨어. 아무 말 없이 너를 한참 들여다보시더니 고개를 돌리셨어. 아빠는 그때 처음 봤어. 할아버지의 젖은 눈을.

"밥은 먹었냐"는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이었어.

할아버지 세대는 마음을 말로 꺼내는 법을 배우지 못했어. 그래서 아빠는 다르게 하고 싶었어. 너한테 사랑한다고, 잘하고 있다고, 입 밖으로 말해주는 아빠가 되고 싶었어.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건 사랑의 방법이 아니라, 사랑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었어.

오늘도 말할게. 딸아, 아빠는 너를 사랑해.

- 딸과 함께 자라는 아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