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우산 하나
"아빠, 우산 하나밖에 없어."
학원 앞에서 딸을 데리러 갔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습니다.
차를 가져올 걸.
우산을 하나 더 챙길 걸.
후회는 늘 비가 온 다음에 찾아옵니다.
기울어진 우산
우산을 펴고 딸 쪽으로 기울였습니다.
당연한 거니까요.
아빠 어깨 하나쯤은 젖어도 되죠.
그런데 딸이 우산 손잡이를 잡더니, 제 쪽으로 밀었습니다.
"아빠, 아빠도 맞잖아. 이리 와."
딸이 제 팔에 찰싹 붙었습니다.
우산 안에 두 사람이 들어가니 좁았지만,
그 좁은 게 싫지 않았습니다.
빗소리
걸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빗소리만 우산 위로 뚝뚝 떨어졌습니다.
딸의 운동화가 물웅덩이를 밟을 때마다 작은 물보라가 일었습니다.
문득 딸이 말했습니다.
"아빠, 비 오는 날 좋다. 이렇게 붙어서 걸으니까."
맑은 날에는 나란히 걸어도 이렇게 붙지 않죠.
비가 와서 좁아진 우산 덕분에,
오늘은 평소보다 한 뼘 더 가까웠습니다.
좁은 우산 하나가, 여느 때 같으면 못 하던 일을 하게 했습니다. 어깨를 맞대고 걷는 일.
집에 도착하니 제 오른쪽 어깨는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딸이 현관에서 수건을 가져와 제 어깨를 닦아줬습니다.
"아빠, 감기 걸리면 안 돼."
그 한마디에, 비 맞은 것쯤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우산이 두 개였으면, 각자 걸었을 겁니다.
하나여서 함께 걸었고, 그래서 기억에 남는 비였습니다.
-- 딸과 함께 자라는 아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