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속 내 표정

가족사진 속 내 표정

"아빠, 왜 사진 찍을 때 맨날 이런 얼굴이야?"

딸이 핸드폰 갤러리를 넘기다가 물었습니다.
제 얼굴을 손가락으로 콕 찍으면서요.

봤습니다.

웃는 건 맞는데, 어딘가 어색한 얼굴.

입꼬리만 올라가고 눈은 딴 데를 보고 있는, 그런 사진이었습니다.

사진 속 아빠

갤러리를 쭉 넘겨봤습니다.

아내는 자연스럽습니다. 딸은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만 매번 같은 표정.

누가 봐도 "빨리 찍어"라고 말하고 있는 얼굴입니다.

딸이 말했습니다.

"아빠는 사진 찍는 거 싫어해?"

싫은 게 아니었습니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을 뿐입니다.

연습

그날 저녁, 딸이 셀카를 가르쳐줬습니다.

"아빠, 치즈 말고 위스키 해봐."

"입 다물고 눈만 웃어봐."

"턱을 좀 당겨."

9살짜리한테 사진 찍는 법을 배우는 40대.

우스웠지만, 딸이 찍어준 사진 속 제 얼굴은 달랐습니다.

처음으로 자연스럽게 웃고 있었습니다.

"아빠, 이 얼굴이 진짜 아빠 얼굴이야."
좋은 표정은 카메라 앞에서 만드는 게 아니라, 옆에 누가 있느냐로 결정되는 거였습니다.

그 사진을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바꿨습니다.

딸이 찍어줘서 살짝 흔들렸지만,

그 흔들림까지 포함해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 됐습니다.

가족사진은 예쁘게 찍는 게 아니었습니다.

함께 있다는 증거를 남기는 거였습니다.

- 딸과 함께 자라는 아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