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에서 혼자 서 있는 아이를 봤다
"그 아이가 우리 딸이었습니다."
하교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했을 뿐인데.
운동장 구석에 혼자 서 있는 아이가 보였습니다.
처음엔 몰랐습니다.
먼 발치에서 보면 아이들은 다 비슷하니까요.
그런데 분홍색 운동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난 주말에 같이 고른, 그 운동화.
혼자 서 있는 이유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뛰어놀고 있는데.
우리 딸만 철봉 옆에 서서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끼어들고 싶은데 못 끼어드는 걸까.
아니면 혼자 있고 싶은 걸까.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빠의 마음이지,
딸에게 필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모르는 척
차 안에서 기다렸습니다.
5분이 한 시간 같았어요.
종이 울리고, 딸이 가방을 메고 걸어왔습니다.
차 문을 열더니 환하게 웃었습니다.
"아빠!"
저는 물었습니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오늘 학교 어땠어?"
그냥 그랬다는 말.
9살의 "그냥 그랬어"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담겨 있는지.
운전하면서 백미러로 딸을 봤습니다.
창밖을 보고 있더라고요. 아무 말 없이.
잠들기 전
밤에 이불을 덮어주면서 물었습니다.
"혹시 학교에서 힘든 거 있어?"
딸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없어. 근데 아빠, 내일 같이 학교 가줘."
운동장에서 혼자 서 있던 그 5분.
저는 그날 이후 하교 시간에 일찍 가지 않습니다.
보지 않아야 할 것도 있으니까요.
대신, 매일 밤 묻습니다.
"오늘 제일 좋았던 거 하나만 알려줘."
딸이 하나를 찾는 동안, 그 하루가 괜찮아지길 바라면서.
아이의 외로움을 대신 겪어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집에 돌아왔을 때,
"여기는 혼자가 아니야"라고 느끼게 해줄 수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