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라는 말이 사랑이었다

미워라는 말이 사랑이었다

"아빠 미워!"

화요일 저녁 8시 23분.
우리 딸이 태어나고 9년 만에 처음으로 그 말을 했습니다.

이유는 별것 아니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저녁 후에 먹자고 했을 뿐인데.

딸은 방문을 닫았고, 저는 거실에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두 글자의 무게

30초쯤 지났을까.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화가 난 게 아니라, 아프더라고요.

"미워"라는 두 글자가 이렇게 무거운 줄 몰랐습니다.

9년 동안 "아빠 좋아", "아빠 최고"만 듣다가
처음 듣는 "미워"는
생각보다 훨씬 날카로웠습니다.

문 앞에 앉은 아빠

5분쯤 지나서 딸 방 앞에 갔습니다.

문 사이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노크했습니다.

"아빠인데, 들어가도 돼?"

대답이 없었습니다.

"안 돼도 괜찮아. 아빠 여기 있을게."

문 앞에 앉았습니다.
등을 문에 기대고, 차가운 복도 바닥에.

찰칵

3분쯤 지났을 때, 찰칵 소리가 났습니다.

문이 살짝 열렸어요.

빨간 눈으로 저를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빠, 미워한다고 해서 미안해."

안아줬습니다.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그냥 안아줬어요.

한참 뒤에 딸이 말했습니다.

"아빠, 나 진짜 미운 거 아니야. 그냥... 화가 났어."

그때 알았습니다.

"미워"는 "미워한다"가 아니었습니다.
9살이 가진 단어 중에서, 그게 최선이었을 뿐.

그날 밤, 잠든 딸의 이마에 뽀뽀를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미워"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만큼 안전하다는 뜻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사람에게만 할 수 있는 말.
그게 "아빠 미워"였어요.

다음에 또 "미워"를 듣게 되면,
아프겠지만, 이렇게 생각하려고요.

이 아이가 나한테 솔직할 수 있구나.

그거면 됐다고.

— 딸과 함께 자라는 아빠 드림